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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과 겨울의 경계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요즈음 날씨 추세로만 보자면
가을과 겨울의 경계라기 보다는
겨울쪽으로 방향이 더 틀어진,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사실 이번 가을 역시 아쉬움이 가득한 가을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0년 까지만 해도
가을내음이 정확히 느껴질 만큼 존재가 뚜렷했었지만,
2011년부터 갑작스레 이상징후가 포착되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뭇잎의 색깔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
더웠다가 갑자기 추워지고 끝나버리는,
살짝만 왔다가 가버리는 계절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을버스 한 대가 지나갑니다.
길바닥에 우수수 떨어져있는
은행잎을 흩날리며 지나갑니다.
회오리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재빨리 가라앉을 때에는
어찌나 그 모습이 초라해보이던지요.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듯 한다'라는 속담,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는 사자성어가
더없이 슬프게만 느껴지는 날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완전히 초라하고 슬픈 모습만 간직하고 있는
'가을 은행나뭇잎'은 아닙니다.
마치 주단을 깔아놓은 듯
길가를 노오랗게 물들여놓은 은행나뭇잎은
그 어느때보다
이곳 충정로 뒷골목을 아름답게 합니다.
초라하다면 한없이 초라한 이 은행나뭇잎들도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 속 깊이 와닿는 순간이지요.
●그 어느때보다 아쉽고
그 어느때보다 초라해보이는 가을이지만,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 아름답기만 한 가을이기도 합니다.
길가도, 버스도, 사람의 마음도,
어떤 존재가 되었건 상관없이
아름다운 노랑빛으로 깊고 진하게 물들이는
가을의 은행나뭇잎,
바로 이 가을의 은행나뭇잎 때문에 말이에요.
●'이 밤의 끝을 잡고'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지요.
저는 오늘 이 노래의 제목을
'이 가을의 끝을 잡고'로 바꾸어보고자 합니다.
유독 가을의 끝무렵이 아쉬웠던 촬영의 현장 속에서
잠깐 왔다가 사라지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심한
'가을'이라는 친구를 다시 보았기 때문이지요.
아직까지도 깊고 그윽한 가을의 모습은
그저 가지말라고 꽉 붙잡아도 전혀 나쁘잖은
그런 모습입니다.
●이 가을의 끝을 잡고.
1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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