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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잊지 못할 추억들 - 영동선 여행

 방학을 한 친구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디 같이 갈 만한 곳 없는지 물어보더랍니다.

같이 고민하다가 때마침 지난 4월에 우연히 받은 중부내륙순환열차 O-TRAIN과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의 시승권이 딱 생각났지 뭡니까 ㅋㅋㅋ

시승권을 딱 받아드는 순간 계속해서 '이걸 누구와 함께 쓸꼬~'하며 고민했었는데 마침 잘되었다 싶었죠.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여행가는데 쓰기로 결정하고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친구들의 대답은 만장일치 "OK!" 싸인!

이틀동안 카페에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어 일정도 짜고 수다도 떨고 한 끝에 일정 최종안을 육수 뽑아내듯 깔쌈하게 뽑아내고 발권까지 다 하고 나서야 여행 갈 준비를 합니다.

카메라 메모리도 비우고 베터리도 충전하고 망원렌즈에 휴대전화 충전기에 시원한 물 한 병에 뭐에 아무튼 정신없이 물건을 챙기면서 잠 못드는 밤을 지새웠던 결말은 새벽 4시 45분 출발이라는 것!

 

 

 #01. 이른 아침, 서울역

 

졸린 눈을 비비며 도착한 서울역.

시간 맞춰 모였을땐 그저 졸리기만 했는데

막상 미리 예약주문 해뒀던 도시락 찾으러 갔다가

열차 출발 시각이 임박해서 횡단보도에서 승강장까지 죽어라 달렸더니

도착했을때의 졸림은 온데간데 없이 싹 다 사라져서 느낌 조차 없더라구요.

역시 졸린 와중에는 뭔가 하나 빠바방 터져야 잠이 확 깨는가봐요 ~~@_@~~

 

 

 

 

#02. 열차 탑승!

 

위태위태 분초를 다투며 열차에 오르기도 잠시,

차내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둘러봅니다.

2009년 누리로 첫 운행때 탔던 기억부터 시작해서

몇 없는 누리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는데요,

이렇게 내부 인테리어나 마감재 등등 많은 것을 바꿔놓으니

일반적인 누리로와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새로웠어요!

 

 

 

 

#03. 조촐한 아침식사

 

열차도 둘러보고 한 숨 돌릴 즈음 아침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여행 중 까먹은 도시락, 그것도 여행의 시작 부분에 까먹는 아침식사 도시락이라 그런지 맛 하나는 완전 꿀맛이었어요!

혼자 여행 떠나면서 먹으나 여럿이 함께 떠나면서 먹으나 한결같이 맛나는 여행 도시락!

 

 

 

 

#04. 깨알같은 묘미, 부루마불!

 

대한민국 대표 보드게임 '부루마불', 이번 여행에도 역시나 변함없이 등장하였습니다!

한국은행의 탈을 쓴 씨앗은행의 종이돈이 쉴새없이 오가면서 땅 사고 건물짓고 할 때 마다

이게 도박판의 현장인지 아니면 단순한 보드게임인지 알쏭달쏭하곤 해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할수록 저도 모르게 짜릿함이 느껴지더랍디다 ㅋㅋㅋㅋ 결론은 땅부자!

 

 

 

 

#05. 휴식, 추전역

 

추전역에서 10분간 정차하여 잠시 휴식시간을 갖습니다.

거의 반 즉흥적으로 가는 여행이라 추전역에 발을 디딘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들르는 추전역이라 그런지 내심 반갑기도 했답니다.

O-TRAIN 정차로 인해 시설이 조금 개선되어지고, 지역 주민분들이 간이 장터를 열어놓은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만큼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느꼈어요.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많이 달라진 것인데 달라짐을 느낄 수 없는 그런 것일수도 있겠네요.

 

 

 

 

#06. 승부역①

 

첫번째 목적지인 승부역에 도착!

열차를 찍으려고 했지만 함께 갔던 친구들이 본의 아니게 우정출연 해주었네요 ㅎㅎㅎ

승부역과 누리로, 뭔가 어설픈 조합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보니 오묘하게 잘 맞아 보입니다.

 

 

 

 

 

#07. 승부역②

 

열차가 떠나갈 때 울리는 구동음이 정말 크게 들릴 정도로

이곳 승부역은 그저 고요하기만 합니다.

최상류의 맑고 깨끗한 낙동강과 실록이 아름다운 산이

말 그대로 병풍 마냥 둘러싸고 있는 승부역.

곡선 승강장과 유연하면서도 웅장한 건너편의 산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고개를 갸우뚱 할 필요도 없이 그자리에서 그대로 매료됩니다.

사진찍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눈을 통해 뇌리에 저장시키느라 정신이 없었죠.

 

 

 

 

 #08.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승부역을 한창 즐기고 있던 중, 열차 하나가 들어옵니다.

바로 백두대간 협곡열차 'V-TRAIN' !

뭔가 이상하다 싶어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일행이 타고 가야 할 열차더라구요.

'승부역이야 나중에 한번 더 오면 되지~'하며 아쉬운 마음을 접고

V-TRAIN을 충분히 즐기기로 합니다.

 

 

 

 

 

 

#09. 산 넘고 강 건너, 분천역 가는 V-TRAIN !

 

굽이굽이 흘러가는 낙동강 물 줄기와 함께 느릿느릿,

봉화군과 울진군을 왔다갔다 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분천역 까지의 아슬아슬 여행을 즐깁니다.

열차 안에 함께 타신 V-TRAIN 가이드분의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설명과

터널을 지날 때 빛나는 아기자기한 형광 스티커,

단체로 관광오셨는지 왁자지껄 웃음 넘치는 열차 안 분위기가 즐거움을 돋웁니다.

어릴 적에 꼭 해보고 싶었지만 통일호가 사라져 해보지 못했던

차창밖 사진찍기 목표도 V-TRAIN 덕분에 10여년만에 달성했구요!

 

 

 

 

 

 

#10. 휴식, 양원역

 

O-TRAIN이 추전역에서 쉬어간다면 V-TRAIN은 양원역에서 쉬어갑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댄 봉화군과 울진군이지만

행정구역 상관없이 하나의 마을과 다름이 없는 이곳 주민들이 1988년 정성껏 손수 만들어 탄생한 양원역.

마을 주민들, 영동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과 승무원들, 그리고 철도동호인,

양원역의 존재를 알아주고 가꿔주는 이들이 특정 소수에 그칠 만큼 적막하고 고요했던 이 작은 오지 마을의 간이역이

V-TRAIN 하나로 인해 이만큼 번화하고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처음 방문했었던 지난해 10월 중순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있는 양원역을 보니

매력포인트였던 특유의 적막함이 사라져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발전의 표상이니 오히려 더욱 기분좋게 받아들여야하는 풍경이 아닐까 싶기도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 금강산...아니 영동선도 식후경!

 

분천역에 도착하여 V-TRAIN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넘어가기 전, 역앞 포장마차에서 식사를 합니다.

다른 친구들 다 국밥 먹는데 저 혼자 "나 곤드레밥 먹을래!!" 하고 당당히 소리쳐서

결국엔 곤드레밥을 먹었습니다만, 그 맛은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맛이었지요 ㅠㅠ

솔직히 저혼자 주문할땐 뭔가 "흠칫" 했으나 먹어보고는 절대 후회하지 않았다는 진실!

그래~서! 한마디 더 썼습니다 ㅋㅋ 여기를 꾸욱 눌러주세요!

 

 

 

 

#11. 분천역 카쉐어링

 

O-TRAIN과 V-TRAIN 개발 사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을 꼽자면 바로 '분천역 카쉐어링'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객들이 V-TRAIN의 시종착역인 분천역에 도착하면 간단한 서류작성과 일정한 사용료 지불을 통해

일반적인 자전거와 2인 자전거, 자동차 중에서 선택하여 빌려 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는데요,

이 카쉐어링 시스템 덕분에 분천역 주변에서 뱅뱅 맴도는 것이 아닌,

분천역 인근의 간이역으로까지 움직이는 범위를 넓혀 일정을 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여행을 승용차로 하는 것이 아닌, 주와 부를 각각 철도와 승용차로 나누어

여행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을 여행할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코레일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12. 애틋함의 연속, 현동역과 임기역

 

분천역의 승용차를 빌려 현동역과 임기역을 차례로 다녀왔습니다.

한참 아래에 있는 봉성역과 더불어 역무원 철수로 인한 무인화가 7월중 이뤄진다기에

조금이라도 사람의 발자취가 남아있을때 친구들과 방문하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방문한 두 간이역입니다.

양원역 못지 않게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이나 이따금씩 들리는 역무실의 무전 소리가 승강장의 고요함을 깨는데요,

큰 규모의 역 같았으면 그저 시끄러운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지만,

이렇게 고요한 간이역에서는 그게 그렇게나 반가울수가 없습니다.

무인화를 앞두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하구요. 애틋함의 연속인 순간들.

 

 

 

 

 

#13. 물놀이, 구마계곡!

 

사실 카쉐어링의 주목적이 무인화 되어지는 간이역 답사이지만,

시간도 많이 남고 쉽게 올 수 없는 곳이 바로 영동선이자 봉화군이기에

"어디 물놀이 할만한 곳 없나~"하며 여행전에 찾아봤더니

현동역 인근의 '구마계곡'이 괜찮다고 많이들 적어놓으셔서

현동역 답사를 마친 뒤 주유를 하고 막바로 구마계곡으로 올라가 50분 가량 물놀이를 즐깁니다.

발을 담그자마자 "찌릿"하며 느껴지는 차가운 물 온도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되어 첨벙첨벙..까진 아니어도 ㅋㅋㅋ 나름 얌전하게(?) 물도 튀겨보고 자갈도 던져보며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을 쌓아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두시간 세시간이었더라면 더 재밌게 즐겼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게 남았답니다.

 

 

 

 

 

 

 

#14. 분천역 풍경

 

다시 분천역으로 돌아와 카쉐어링 했던 차량을 반납하고 점심때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역 주변을 둘러봅니다.

높아봤자 2층뿐인 아기자기 하면서도 원색의 색을 입힌 지붕을 올려놓은 건물들이 다채로워 보입니다.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거의 전무하다싶이 한 이곳의 주민분들께 '분천역'이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고 고요했던 이곳 분천이 O-TRAIN과 V-TRAIN 덕분에 활기를 찾은 모습입니다.

분천역의 꽃단장은 물론이고 저앞에 보이는 슈퍼마켓도 2010년 초에 처음 왔을때에는 야외 탁자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광객들이 찾아서 그런지 편의상 야외 탁자도 비치해놨네요~

또한 지역 땅값도 두배 이상 뛰었다고하니 두 관광열차의 파급력이 상상밖으로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15. 다시 O-TRAIN !

 

친구들과 함께 단체사진도 찍으면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코레일 영주그룹역에서 파견나오신 관광열차 담당 직원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다보니

어느새 다시 O-TRAIN에 오를 시간이 되었습니다.

분천역에서의 50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다른 어느때보다 짧게만 느껴졌답니다.

이번에 타는 O-TRAIN은 서울행이 아닌 수원행이에요!

 

 

 

 

#16. 두번째 도시락

 

아침식사에 이어 저녁식사도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즐깁니다.

외부 프렌차이즈 가게에서 구입했던 아침도시락과는 달리

이번에는 열차안에서 직접 구입한 코레일 도시락으로 저녁 배를 채웁니다.

종류가 다양하지 못했던 과거의 도시락과 달리

요즘 나오는 열차 도시락들은 종류도 다양해서 승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도시락 품질이 이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근래들어 코레일에서 도시락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지금보다 더 맛있고 다양한 도시락을 기대해도 되겠죠?

 

 

 

 

#17. 귀가길

 

저녁을 먹고나서 찾아온 식곤증을 못이겨 꾸벅꾸벅 졸다가 눈떠보니 제천역,

마침 건넛자리가 비어있길래 한장 찍어봅니다.

그런데 이 식곤증, 얼마나 오래가던지 이 사진 찍고나서 20분도 채 되지않아 다시 꿈나라로 인도하더라구요.

옆드렸다 갸우뚱했다 각종 자세를 취하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종착역인 수원역에 가까워옵니다.

버스로 갈아타고나서 친구들과 SNS로 한참을 신나게 떠들다가 자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집앞,

시계를 보니 자정을 훌쩍 넘겨 당일치기 여행이 무박2일로 바뀌었지뭡니까.

그래도 즐거웠던 여행이었어요!

 

 

******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약간 급조된 여행이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 웃음꽃 가득 피워내며 다녀왔던 여행이라 그런지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나왔다가 자정 너머에 들어오는 기나긴 일정도

전혀 피곤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피곤하기는 커녕 더 즐기지 못해서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지요.

 

언젠가서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금 이 나이,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또 즐겨볼까.'

어르신들 항상 하시는 말씀,

"나도 왕년엔 젊었고 좋았었는데 다 지나가는것들이야."

 

맞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젊건 늙었건 어쨌건 지나가는 모든 것이 순리이지만,

그래도 그 주어진 순리 안에서 얼만큼 노력하느냐와 더불어

얼만큼 즐기며 사느냐도 중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친구들과 절묘히 다녀왔던 영동선 여행!

개인적으로 그동안 다녀왔던 수많은 여행들 가운데에서

으뜸으로 정해놓은 여행들이 있는데요,

이번 영동선 여행은 으뜸의 반열 위에 올려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즐거웠던 것 같아요.

 

순리대로 '젊음' 그 자체를 즐기는 여행이었던 만큼

다음에 떠날 여행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어떤 기회로 어디로 떠날지 아직 잘 알지 못하지만,

다음 여행도 이번 여행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러분 기억 속엔 어떤 여행이 가장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에 남으셨나요?

 

- ⓒ이천교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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